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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리숲의 기록

사라진 사람의 목소리로 자라는 숲. 기록자 아린은 절대로 피어서는 안 되는 씨앗을 발견한다.

힐링 판타지탐험연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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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잎이 자라는 온실에서 표본 노트를 펼친 식물 기록자

EPISODE 01

아직 이름 없는 잎

아린의 일은 숲이 말한 것을 적는 일이었다. 보통의 나무는 바람을 빌려 말했지만, 유리숲의 잎은 빛이 닿을 때만 소리를 냈다. 그래서 아린은 해가 뜨기 전에 온실의 창을 모두 닦았다.

그날 아침, 북쪽 선반의 빈 화분에서 잎 하나가 자랐다. 투명하지 않았다. 밤처럼 짙고, 만지면 온기가 느껴졌다. 아린은 표본 노트에 처음으로 ‘분류할 수 없음’이라고 썼다.

‘그건 적으면 안 돼요.’

목소리는 화분 뒤에서 들렸다. 작은 씨앗이 공중에 떠 있었다. 아린은 펜을 멈췄다. 숲의 법칙은 간단했다. 이름을 기록하면 식물은 그 이름대로 자란다. 하지만 이름을 적지 않으면, 누구도 그 식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린은 노트의 빈칸을 손으로 가렸다. 씨앗이 떨리는 빛을 내며 말했다. ‘내 이름을 알면, 당신도 나를 잃게 될 거예요.’